
동산정산고 여자축구팀 볼모로 감독교체 요구
‘세상에 어떻게 청소년대표팀 감독들이라는 인사들이 제자들을 볼모로 이런 일을 꾸밀 수 있단 말 입니까…’ 동산정산고(이하 동산고) 축구선수를 둔 모 학부모가 신음처럼 내뱉은 독백이다.
10일 오전 동산고 사태의 진상조사를 위해 찾아온 여자연맹의 고위인사도 ‘여러 가지 정황을 근거로 파악해볼 때 김용호. 최인철 감독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동산고 사태는 지난해 12월 초 학교 측이 ‘최인철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며 후임감독으로 김동훈 (전 19세 청소년감독)씨를 선임하자 상당수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다가 1월 초 학교를 집단 이탈하면서 사태가 표면화됐다.
동산고 선수들은 1월5일부터 1월14일까지 완도에 머무르다가 1월15일 학교로 돌아오며 파문이 가라앉는 듯 했다. 18일 다시 학교를 떠나 전국을 전전하다가 2월10일 오전 학교로 되돌아왔으나 상당수 2학년 선수들은 ‘신임 감독과 선수생활을 하지 않겠다’며 11일 오후까지도 팀 합류를 거부하고 있다.
동산고 사태가 지대한 관심을 받는 이유는 동산고가 서울의 유일한 여자 고교 팀이자 전통적인 명문 팀이라는 위상 때문이다.
지난 91년 서정호 (현 서울시청 감독)씨가 서울에서 최초로 위례정보고를 팀을 창단하면서 찬란한 역사는 시작됐고, 현재 동산고에 만 10여명의 청소년대표선수가 소속되어 있을 정도로 최고의 명문 팀으로 급성장했다.
동산고가 최강의 팀으로 성장하면서 긍정적인 측면도 강했으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생겨났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특정 학교 소속선수들이 대거 대표선수에 차출되면서 일부 지도자들의 독선과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오주중과 동산고로 연결되어 있는 카르텔도 여자 지도자들의 강력한 성토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동산고 학부모들의 경우라고 하지만 ‘우리 동산고 선수들이 없으면 어떻게 대표 팀을 운영하겠느냐’며 ‘김용호 감독을 동산고에 선임 안 해주면 자녀를 클럽에 보내겠다’ 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으며 실제적으로 오주중과 동산고의 일부 학부모들은 ‘곧 오주FC클럽을 창단 한다’는 호언장담을 하고 있었다.
지난 1월에 취임한 여자연맹 오규상 회장도 ‘어떻게 특정 학교에만 대표선수들이 대거 몰려 있는 것이냐’며 ‘제도적으로 공정하게 대표선수를 뽑는 제도를 정착 시키겠다’고 대표선수 선발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동산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동산고(전 위례정보고) 선수들은 학교 측의 최인철 감독 교체에 반발, 팀을 집단 이탈하고 지난 1월 4일 전남 완도로 떠났다. 동산고에는 오주 중 출신이 거의 8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도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오주중학교 감독이자 스승인 김용호 감독을 따라 나선 모양세를 취했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동산고 선수들은 오주중이 1월 15일 서울로 되돌아오자 함께 돌아왔다. 그러나 김동훈 신임 감독과의 면담에도 응하지 않았다. 물론 훈련은 생각 할 수조차 없었다.
동산고는 1월18일 다시 학교를 떠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적지도 알리지 않았고 학교를 떠난 1월18일부터 선수들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학부모 중 차 모 씨가 선수들의 인솔을 맡는 모양세를 취했다. 차 모씨는 서울을 떠나는 즉시 선수들의 핸드폰을 압수하고, 자신의 핸드폰도 꺼버린 것이다.
동산고 선수들은 민속명절 설에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전화도 없었다. 선수들이 어느 곳에 가 있는지,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조차 없는 학부모들은 애간장을 태웠지만 선수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고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11일 오후 늦게 기자와 전화통화를 한 동산고 모 선수의 증언. ‘설이기에 부모님께 전화 한통이라도 걸려고 했더니… ‘ 이 선수는 당시를 떠올린 듯 한참이나 울먹였다. 이어 ’전화를 한통 하겠다고 했다가… 너만 부모가 있냐고… 욕만 실컷 얻어먹고…‘
모 선수의 다음 독백은 더욱 충격적이다. ‘우린 인질 같았어요. 철원의 깊은 계곡에 숨어 있었고, 죄를 지어 귀향 온 것처럼. 유랑생활이었어요. 툭하면 심한 욕설을 듣고 일부 선수들은 구타도 당했고, 집에 전화를 하고 싶어도 매 맞는 것이 겁이 나서…’
동산고 선수들은 강원도 철원에서 6일 오후 까지 오주중 김용호 감독의 통제하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후에는 학부모회에서 차출한 차 모 씨가 선수들을 인솔했다. 말이 인솔이지, 그 자체가 미성년자감금행위와 다름없는 중대한 범법행위였다.
모 학부모 대표는 차 모씨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거의 학부모들과 10여 일 동안 전화가 불통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모 학부모는 김용호 감독에 대해 ‘중학교 감독이 그것도, 17세 청소년대표감독이라는 인사가 어떻게 자신이 맡은 팀도 아닌 고교 선수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방황 할 수 있느냐’며 ‘중학교 스승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울화통을 터트렸다.
모 선수가 한 증언도 충격적이다. ‘철원에서 김용호 감독으로부터 폭언을 당하는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했다’ 고 말했다.
서울의 마지막 보루 동산고 마저도…
동산고 학부모로부터 제보를 받은 기자가 지난 2월3일 오후 3시 김용호 감독을 오주중학교로 찾아갔다. 김 감독은 ‘오주중 제자들이 감독 선임 문제로 방황하고 있어 할 수없이 완도 전지훈련에 합류시켰다’며 ‘나를 이 사태의 배후로 보는 세력이 있는데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동산고 선수들이 지금은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감독의 이 주장은 곧 거짓말로 드러났다. 기자가 찾아간 당시 동산고 선수들은 오주중학교 모처에 모여 있었던 것이 교육계 모 간부에 의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재 동산고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맹목적인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동산고로 돌아가 운동을 재개할 것인가, 아니면 감독들을 따라 집단 행동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다.
동산고 선수 대부분은 거의 후자를 선택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전혀 다르다. 모 학부모는 ‘세뇌 당한다고 해도 어떻게 저렇게 세뇌당할 수 있는지… 축구가 뭐길래 천륜마저 끊어 놓다니…’ 하며 입맛을 다셨다.
이어 ‘아이(선수)들은 학교를 떠나 '오주FC'에서 운동을 하면 된다고 우겨대는데, 어떻게 설득해야 하죠’ 하며 반문을 던졌다.
동산고는 수도 서울에 하나 밖에 없는 여자축구팀. 재단의 모 관계자는 ‘팀을 해체하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 같다’고 안색도 바꾸지 않고 말했다.
사실 여자축구계의 이기적이고 거친 풍토가 서울의 현대고를 해체시켰고, 경기 장호원여고도 그 뒤를 따랐으며 서울의 유일한 팀인 동산고 마저 해체의 길로 들어서는 아닌지…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