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택 부회장이 이영무 전 기술위원장이 사임한 기술위원장을 맡았다. 이유와 설명은 간단명료했다. “5개월 남은 직을 누가 맡겠어...” 이 신임 위원장은 특유의 직설적이면서도 간단한 어투로 말했다.

  이회택 신임 기술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입장에서 보자면 말투가 정말 단답이고 퉁명스럽다는 감정이 토실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회택 위원장의 속내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한마디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영무 전 위원장의 느닷없는 사퇴는 일파만파를 몰고 왔다. 비난도 빗발친다. 기왕에 물러날 것이었다면 ‘핌 베어벡 감독과 동행해야 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었겠느냐’ 는 지적도 나온다. 덧붙여 지금이 과연 기술위원장이 사퇴할 시기냐는 비난도 강하다.
 
 심지어 전쟁에 나가 있는 장수의 등에 비수를 꽂는 것과 다름없다는 극단론까지 비등하다.  더구나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허정무 감독과의 파워 게임설은 더욱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회택 체제의 출범은 그런 분위기를 잠재우기위한 응급 처방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에 이론이 거의 없다.

  하지만 ‘또 이회택인가’ 하는 반문도 강하다. 그러나 이회택이라는 인물이 지닌 품성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간 이회택은 돈키호테 성격이 강하다. 선수 시절에도 스타 기질 못지않게 돈키호테 기질이 더 강했다. 대표선수에서 탈락하자 머리를 백구로 밀어버리고 산으로 향했다.

  중견 대표 선수시절에도 경기 중 교체를 지시하는 감독의 면전에 축구화를 집어던질 정도로 매사에 반항아 기질이 풍부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이회택의 특징이다.

  거칠게 반항을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스스로 실력을 다지고 명예 회복을 노리는 외강내유 스타일을 지녔다. ‘풍운아’ 라는 닉네임은 그런 연유에서 생겨난 부산물로 보여진다.

  이회택 신임 기술위원장은 7일 아침 김재한 실무 부회장과 조찬을 하면서 기술위원장을 제의받고 그 자리에서 ‘직빵’으로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축구의 절대적인 위기상황을 모른척하며 지나칠 수 없었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회택 신임 위원장을 실업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강원도 양구에서 만났다. 7일 오후 신임 기술위원장으로 발표된 직후였다.

* 신임 기술위원장을 맡은 소회를 말해 달라.

#  난 축구인이다. 한국축구가 매우 어려운 처지다. 더구나 임기가 5개월 남은시기가 아닌가.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토록 어려운 시기에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독배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도 나온다.

#  독배를 받았다는 표현은 좀 그렇다. 하지만 위기라는 인식은 맞는 것 같다. 허정무 감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좋은 결과를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

*기술위원회가 감독에게 너무 끌려 다녔다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기술위는 감독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과 정보를 줘야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대표선수 선발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그것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특히 기술위원들의 견해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참고용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 기술위원을 새롭게 선임 할 것인가.

# 연구 중이다. 같이 갈 사람도 있다. 기술위의 연속성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 팀의 전력에 대해 현 기술위원들이 지닌 노하우를 사장시키는 효율적이 아니라는 판단도 중시하고 싶다.

* 허정무 대표팀을 지켜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 큰 문제는 없다. 스트라이커 부재로 인한 부분이 눈에 두드러지다보니 전반적으로 문제가 큰 것으로 보일뿐이다. 허 감독의 고충을 이해하면서 충고하고 같이 연구하면 좋은 결과를 꼭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국과 기술위의 통합문제가 현안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구상은 무엇인가.

# 기술국과 기술위의 통합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기술국은 한국축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이끄는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기술위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각 대표팀에 일시적으로 반영시키는 한시적인 조직으로 활용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싶다. 현재의 이원화가 만능은 아니겠으나 좀 더 연구해봐야 할 같다.

*축구인들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지금은 한국축구의 사활이 걸린 매우 중요한 시기다. 우리 조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모든 국민이 총을 들고 싸워야 하 듯, 지금은 모든 축구인들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보태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 한국축구를 위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생각하고 직을 맡았다. 모든 것을 던져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도록 노력하겠다.


강원도 양구에서  - 김영근 기자